우크라이나의 격렬한 저항에 고전 중인 러시아군이 또 다른 악재를 겪고 있다. 전쟁이 싫어 징집에 불응하는 러시아의 일부 20대 청년들이다. 대규모 징집을 앞두고 몰래 달아나거나 이미 투입된 징집병들마저 군사 작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크라인은 조국 위해 목숨 바치지만, 우리는 왜?”
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징병을 두려워하는 ‘반전(反戰)’ 러시아 청년들이 인접 국가들로 떠나고 있다”면서 우즈베키스탄과 조지아 등으로 떠나는 러시아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5일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러시아 청년 알리는 “계엄령이 도입되고 국경이 폐쇄된다는 소문을 듣고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21세기에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것엔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공 3일 만에 러시아를 떠난 조니백 역시 징집을 피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 러시아인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텔레그램 채널 등을 통해 러시아군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총동원령이 내려질 수 있다고 생각해 서둘러 출국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는 납득할 수 없는 원칙 때문에 목숨을 바치는 꼴이다”고 푸념했다.
이들이 도피를 서두르는 것은 오는 4월 1일 대규모 징집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는 계약을 통한 모병제와 1년 복무의 징병제를 동시 운용하는데 매년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징집을 한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했던 17만 병력을 100% 가까이 투입했지만 전쟁이 '속전속결' 되지 않으면서 오는 4월 징병 대상인 청년들 일부가 '선수'를 치는 모양새다. 징집 거부 외에 서방의 제재 등을 우려해 침공 이후 열흘간 최소 20만 명의 러시아인이 출국했다는 분석(콘스탄틴 소닌 시카고대 경제학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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