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29/0002757116?sid=10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판을 뒤집을 결정적 카드로 핵무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고 외신들이 1일(현지시간) 잇따라 보도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들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 합병을 선언한 푸틴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선례를 언급한 것에 주목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전술핵 사용 의지를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비교하며 "무시무시했던 당시의 기억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서간 냉전이 한창이었던 1962년 9월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이 같은 공산주의 진영이었던 쿠바의 요청으로 미국 남서부 해안에서 매우 가까운 쿠바 본섬에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첩보 사진이 미국 백악관에 전달됐고, 이에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해군력으로 쿠바 해상을 봉쇄하면서 양측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당시 미국이 내부적으로 쿠바 침공까지 검토하면서 전 세계가 핵전쟁의 위기에 내몰렸으나, 물밑 대화 끝에 소련이 쿠바에서 핵무기를 철수하는 대신 미국도 소련과 가까운 튀르키예(터키)에 비밀리에 배치해둔 핵탄두를 거두기로 결단하면서 13일만에 극적으로 사태가 막을 내린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국장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가리켜 "세계가 쿠바 이래 최악의 핵 위기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외교정책 분석가인 드미트리 트레닌은 러시아 국영방송 RT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두 위기 상황 모두 경쟁국이 자국 문턱까지 팽창해오며 불안감을 키운 것에서 촉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1962년 당시 미국이 코앞 쿠바에 핵미사일이 배치되는 것을 보며 위협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라고 일방적으로 합병한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거센 반격을 맞아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60년 전과 지금 상황 사이 몇 가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부분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쿠바 위기는 핵무기 자체가 가장 중요한 화두였던데다 약 2주만에 사태가 해결됐지만, 벌써 7개월째 이어진 이번 전쟁의 경우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내 영토 유지 여부가 근원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쿠바에 배치됐던 미사일은 원거리에서 발사해 적국 도시를 한 방에 쓸어버릴 수 있는 '전략핵'이었다면, 현재 러시아가 손에 쥔 카드는 보다 적은 위력을 지닌 '전술핵'이라는 것도 다른 점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러시아의 영토 합병 이후 서방 관료들과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77년만에 처음으로 핵무기가 쓰일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가 점령지 병합 주민투표를 강행하면서 이곳에 '핵우산'을 씌우는 형태의 배수진을 쳤고, 이에 따라 영토 방어라는 명분 아래 실제 핵무기 사용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프란츠 스테판 가디 연구원은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1980년대 이후 핵무기를 이용한 가장 심각한 '벼랑 끝 전술'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카네기 모스크바센터 선임연구원은 "푸틴은 전쟁에서 밀리게 되는 상황이라면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전까지는 상상조차 못 했던 마지막 선택지까지 불과 두세 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살상자를 낳지 않는 시위용 발사 △우크라이나 공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공격 등 3가지 정도의 방법이 가능하리라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러시아에 "저위력 핵무기 사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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